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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새벽수영

새벽수영 10일차

by 배고픈험블 2017. 2. 14.

오늘은 새벽수영 10일차

총 12일 중에 2번 빼고 다 나갔으니... 몇 퍼센트지?


지난주 토요일이랑 어제 못 나갔었다. 두 번 다 다섯시 삼십분에 일어났는데 조금만 더 자야지 하다가 6시를 넘겨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30분에 알람 울리는거 끄면서 정신을 붙잡고 있으려 안간힘을 다 썻다.

1분만에 기상 완료


은호는 어제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는데도, 여전히 쿨쿨 잘만 자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을 둘러보았다. 어제 입은 셔츠랑 재킷이 보이지 않는다. 안방 옷걸이에 걸어둔걸 떠올린다.

끼익. 안방 문을 조심스럽게 당긴다. 잠귀가 밝은 순목이와 은샘이가 어쩐 일인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은겸이는 이불을 둘둘 말고 자고 있다. 은샘이는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양 팔을 머리 위 브이자로 넓게 편 채 모양만 아이인 듯 그렇게 잠들어 있었다. 옷걸이에 걸린 재킷과 셔츠를 챙긴다. 가습기에는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물이 다 떨어졌다. 잠시 이 물을 채워볼까 생각을 한다. 그 옆에 새 삼다수가 있다. 어제 밤 삼다수 사오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자기가 사왔나보다. 흠 하고 숨을 한 번 내 뱉는다. 안방 문을 열고 닫은 뒤 작은 방으로 건너온다. 양말을 찾는다. 양말을 찾을 때 마다 양말 정리 한 번 해야지 해야지 하는데 아직 안했다. 후회한다. 한참을 뒤적거리다 한짝을 집어든다. 어두워서 보이진 않지만 맞는 것 같다. 대충 양말에 발을 우겨 넣고 옷을 단추 하나 잠그지 않고 몸에 걸친다. 수영장에 가면 다 벗을꺼니까. 근데 재킷은 안보이고 파란 후리스만 보인다. 파란 후리스만 걸친다. 재킷은 신발장 앞에 옷걸이에 걸려 있다. 팔에 걸치고 대문을 나선다. 아직 해가 뜨진 않았구나. 대문을 나서려는데 수건을 안 챙긴게 떠오른다. 아차 소리를 내며 샤워실 문을 연다. 4개의 수건이 개어져 있다. 그 중 왼쪽 위에 있는 수건 하나를 얼른 집어든다. 집을 나선다.


자동차에 타면 항상 라디오를 켜는 습관이 있다. 매번 선곡을 해야 하는 귀찮음도 있고, 매 시각 달라지는 DJ들과 선곡들을 기대하는 재미도 있어서이다. 내 차의 라디오 주파수는 항상 88.9에 고정되어 있다. 수영을 하러 가는 시각에는 '젠디'라고 하는 여자DJ가 진행을 한다. 30대초반 정도로 들리는 선이 가늘고 살짝 가벼운, 감수성 있고 여린 소녀의 목소리를 가진 아나운서로 생각되는 DJ가 진행을 한다. 수영장 가는 길에 듣는거라 매일 10분정도 밖에 듣지 못한다. 오늘은 직장에 과장이랑 트러블이 있는 청취자의 사연. 무슨 트러블이 있었는지 과장은 자기에게 인사를 안하고 자기도 안한다고. 젠디는 힘들겠지만 상사가 인사를 안한다고 당신도 인사를 안하는건 예의없는 일 아니겠냐며 인사는 하시고 지내시라는 충고? 상담을 했다. 아 이 사람도 나이 든 사람이군 싶은 대목이었다. 왜 상대방의 예의없음에 나는 예의 있음으로 응답해야 하는가. 직장 상사라서? 부당함의 내재, 내면화가 이루지다 보면 어느새 부당함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나는 이 청취자가 올바르고, 용기있는 태도로 직장 상사를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 이 사회에서 자기에게 부당한 처사를 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저런 태도를 취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헌데 '사회성'은 누가 정의하고 결정하는 것인가. 당신네들이 그런 방법으로 살아 왔다는 이유만으로 후배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는 성립되지 않는다. 아나운서도 위계가 강한 집단이었지 . 초록불이다. 엑셀을 강하게 밟는다.


수영장에 도착했다. 운동장에 주차했다. 전면주차. 6시에 1분이 모자란 시각. 서둘러 옷을 벗는다. 코트를 입고 와서였는지 오늘은 평소보다 큰 사물함을 받았다. 옷걸이가 걸려 있는 걸 보고 평소랑 다른 걸 알았다.


수영장에 들어서니 5시 59분. 시간이 안가네? 수영장 안에 있는 시계가 내 차의 시계보다 느린가보다. 추워서 쪼르르 온탕에 들어간다. 우리반 선생님이다. 가볍게 목례를 한다.


발차기 2개, 자유영 5개. 배영 발차기+배영+배영발차기+왼손자유영 3개였나? 그리고 평영에 자유영발차기+평영으로 4개정도.


몇 일 쉬면서 뷔페를 다녀서인지 평소보다 몸이 커진듯했다. 운동도 쉬면서 해야되는구나.


평영이 제일 많이 늘었다. 발을 찰때 발 끝에 걸리는 물의 양이 달라졌다. 타이밍이 내가 전에 알던 것과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하나하고 둘에서 손을 앞으로 뻗었다면 이젠 하나할 때 손을 앞으로 쭉 뻗자마자 발차기를 한다. 발차기를 할땐 발을 양옆으로 크게 벌리지 않고 어깨넓이 정도로 벌려서 발 끝까지 힘을 줘서 발목에 스냅을 줘서 물을 햘퀸다. 배영과 자유영도 여전히 힘들었다. 자유영은 오랜만에 해서인지 물이 채이는 느낌이 덜 들었다. 하지만 50m씩 했다. 호흡이 올라온데다 더 이상 25m씩 하는 건 의미가 없어서. 배영은 체력소모가 너무 크다. 엉덩이는 자꾸 가라앉고 팔은 허덕거린다. 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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