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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새벽수영

새벽수영일기 7일차 feat 곰두리스포츠센터

by 배고픈험블 2017. 2. 8.

눈을 떳다

이제 이 시각에 눈을 뜨는게 익숙해짐을 느낀다.
익숙해진 어둠이 주위에 가라앉았다. 미약하지만 선명한 수면등이 방안 구석구석까지 비추고 있다.
은호는 언제나처럼 부스럭거리는 나를 발견하고는 다시 누으라는듯 내 귀를 붙잡고 늘어진다.

다섯시쯤된걸까

잠시 알람이 울릴때까지 누워있기로 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방안의 정적을 깬다 . 서둘러 알람을 끄고 부스스해진 머리를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가지말까

매일 아침 이 생각이다. 1분쯤 지났을까. 에잇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펴본다. 정리안됀 아이들을 옷가지 속에서 벨트와 넥타이를 찾는다.은호가 이불을 덮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배까지 덮으면 분명히 다시 발로 찰테니 다리만 덮어준다. 전기장판이 뜨거워서 그다지 춥지는 않을 것이다.

아 정장 찾아야 하는데

매일 아침 이 생각이지만 찾지 않는다. 찾으려면 돈이 드는데 그 돈이 아깝다. 그렇다고 맨날 어머니한테 찾아 달라고 하기도 염치없다. 

그러고보니 오늘 재연이를 저녁에 잠시 보기로 했다. 센텀으로 넘어온다는데...같이 저녁은 먹어야겠지? 그러려면 최소 2만원은 있어야된다. 오늘 점심도 내가 사니까 2만원. 도시락 싸 다녀야겠다. 그리고 어제밤에 아버지가 차 들고 나갔으니 수영장에 갈 택시비 4,000원. 하지만 내 통장 잔고는 1,020원. 드르륵. 엄마가 자고 있는 방문을 연다.

엄마

자고 있는 엄마를 깨운다.

어제 아버지가 차비 안주고 가셨는데 ..

엄마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안다. 자고 일어나 눈도 안뜬 얼굴로 아들에게 줄 돈을 주섬주섬 가방에수 꺼낸다. 

니 내한테 얼마 가져갔는가 단디 해라이

그렇게 만원짜리 다섯장을 받아든다. 오늘 하루면 만원이나 남을까. 금요일에 다시 또 밥을 사야하는데. 그냥 정과장한테 도시락 싸서 다닌다고 해야하나. 문을 닫고 집을 나선다. 아직 어둑어둑하다.

택시를 잡으러 나섰다. 보통 이 시간에는 택시도 많이 다니던데... 오늘따라 길에 택시가 한 대도 보이질 않는다. 3분쯤 그냥 서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등대콜을 부르려고 핸드폰을 집어들려는데 찰나, 택시 한 대가 창문 4개를 모두 열어제낀 채 빠르게 활강하는 걸 발견했다. 파닥파닥. 급하게 손을 흔들어 세우라는 신호를 보냈다. 택시는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선다. 날이 춥다. 택시를 타면서 

어우 춥다

라며 목적지보다 4개의 문을 빨리 닫아주기를 넌지시 말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택시기사는 창문을 닫으며 내게 물었다. 

곰두리 스포츠 센터로 가주십시오

택시기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사람들 참 차를 급하게 몬다. 평소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게 습관이 된 나는 이들처럼 운전하지 않는다. 악셀을 깊게 밟지 않고 대부분의 신호를 지키려고 하는데 반해, 택시기사들은 대부분은 급출발, 급정거, 신호를 무시하진 않는데 그렇다고 딱히 준수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운전을 배우고 난 뒤 가장 싫어하게 된 캐릭터들이 바로 택시기사들이다.

어쨋거나, 택시는 어둑어둑한 새벽을 뚫고 나를 수영장 앞으로 데려왔다. 오늘 3,600원. 평소보다 조금 적은 금액이다. 

안녕히가세요
수고하십쇼

그렇게 택시를 보내고 수영장을 올라가는 언덕길을 올랐다. 터벅터벅. 

곰두리스포츠센터는 거성중학교가 있는 언덕위에 있다. 밑에서부터 걸어서 올라오려면 20분은 족히 넘게 걸리는, 꽤 경사가 가파른 언덕이다. 거성중학교는 나의 모교이기도 해서 중학교 3년내내 이 길을 오르내려야 했는데 15,6년이 지난 지금 이 길을 매일 같이 오르내리려니 감회가 색다를 때가 있다.  동네의 풍경이 꽤나 변한 까닭인데, 이는 이 지역 전체가 재개발되기 때문이기도 한다. 폐허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곧 무너질 건물임을 알리는 지지대들이 마치 뼈대가 튀어나온 동물같이 얼기설기 집들마다 붙어있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집이 이렇게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걸 아침부터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그것이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기분 또한 참으로 묘하다.

곰두리스포츠센터도 이와 마찬가지로 제법 오래된 건물이라 이 곳, 저 곳 수리가 필요해보이는 부분들이 많다.장애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이라 그런건지 노후가 되어도 좀처럼 수리를 진행하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뭐, 딱히 수영을 하는데 크게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니어서 크게 신경쓰이는 편은 아니다. 깨끗한 수영장 시설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좀 별로일 수 있는 수영장이기는 하다.

그렇게 언덕을 올라 수영장 건물로 들어선다.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미리 꺼내지 못한 출입증을 주섬거리며 꺼낸다. 옷장 키를 받아들고 탈의실로 향한다.
어제 속옷이랑 내복들을 다 갈아입었다. 정확히는 속옷은 갈아입고 내복은 벗었다. 훌러덩 옷을 벗고, 옷장속에 구겨넣은 후 샤워실로 향한다.

아침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2가지 부류로 구분된다. 수영하기 전에 씻는 사람, 수영하고 나서 씻는 사람. 나는 후자에 속한다. 이유인 즉슨 수영장 물이 그렇게 깨끗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하고 나서 그것들을 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시간을 아끼려는 것도 있고, 수영하기 전에 깨끗하게 씻고 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추측해본다.

수영장을 들어가니 6시를 막 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잠시 고민하다 오늘은 온탕으로 직행. 오늘따라 추워서인지 뜨끈한 물에 몸을 풀고 싶었다.

어흐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온탕으로 들어간다. 따뜻하다 못해 살짝 뜨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분 좋게 몸이 풀리는 걸 느낀다. 그렇게 잠시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사람들이 하는 준비운동을 따라 목과 어깨를 같이 풀어본다.  잠시간의 준비운동이 끝았다. 나도 발차기부터는 같이 해야한다. 준비운동의 마무리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온탕에서 나와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메뉴는 자유영,배영 발차기와 '땅콩'으로 불리는 보조기구를 사용한 상체 중심의 훈련이었다. 자유영이건 배영이건 왼쪽으로 호흡을 하거나 물을 채는 것들이 많이 어색한게 느껴졌다. 대부분 갈때는 오른쪽으로, 올때는 왼쪽으로 하다보니 한 번 가는건 그렇게 안 어려운데 돌아오고 나면 헥헥거리곤 했다. 좀 더 왼쪽으로 호흡하고 물을 채는 걸 연습 해야겠다. 배영할 때는 진짜 물을 많이 먹었다. 수영 끝나고 나니 배가 부를 정도. 내일은 좀 덜 먹어야지.

그렇게 수영을 마치고 일찌감치 샤워실로 들어간다. 오늘은 차를 들고오지 않아 서두르지 않으면 늦을지도 모른다.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해야 하니 조금 서두르자 싶다.

시끌벅쩍한 탈의실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오늘도 일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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