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오늘의 점심

부산 서면 제일분식_해없칼왕

by 배고픈험블 2015. 7. 22.

부산 서면 제일분식



서면,제일분식,맛집


서면,제일분식,맛집


해없칼왕_해가 없으면 칼국수가 왕이지


1


초조했다. 

15층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는 느릿느릿 하지만, 착실히 1층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어떡하지...' 


민지씨의 햄버거 먹잔 발언에 평소의 가치관을 십분 반영한 '빅맥라지'를 외쳤건만 나의 런치메이트인 임차장님이 식사를 하신다는 말에 그만 '빅맥라지'는 사그라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느릿하게 열리는 누런 색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점심시간임을 알리는 공단기 경단기 학생들이 우르르 서 있었다. 그들 사이로 저 뒤에 나의 런치메이트, 임차장님이 굳은 표정으로 그의 오래된 갤3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뭐 먹을 껀데?"


입맛이 썻다. 오늘같이 꿉꿉하고 또 더운 날에는 오히려 정식이 먹히지 않는다. 고기? 고기라면 몇 가지 제시 할 수 있겠지만 왠지 오늘은 고기가 당기는 날이 아니었다. 하늘이 흐렸다.


"........칼국수에 김밥, 괜찮으십니까?"


나의 런치메이트는 그만의 낮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대답했다.


"콜"



2



사실 나는 칼국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하는게 맞을테다. 그 이유인 즉슨 26살때쯤 치킨을 잘못먹어 탈이 난 이후로 나의 위가 좀처럼 밀가루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밀가루를 일정량 이상 먹은 8시간 이후에는 어김없이 더블에스와 화장실에서 마주하게 되니 나로서는 도저히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게 밀가루 음식이다. 그 중에 으뜸은 밤 8시 넘어 먹는 라면이요, 둘째는 빵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서면 제일분식은 조금 다르다. 우선 메인이 되는 칼국수의 맛은 낫 배드 아니 이정도면 쏘굿측에 들 수 도 있다. 칼국수의 양은 남자인 내가 먹기에 살짝 적은 0.8인분 정도 되지만 김밥과 함께라면 꽤 든든히 먹을 정도는 된다. 또한 칼국수의 알파와 오메가인 국물은 특유의 멸치육수와 MSG의 비율이 적절히 조화되어 꽤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음, 피츠버그의 15 강정호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차별화 된 점은 바로 저 김밥. 사실 김밥을 내세운 식당들은 예전부터 서면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전통의 강호인 김밥천국이나 그의 미투 브랜드들. 그리고 특유의 두껍고 고품질의 재료를 주무기로 삼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고봉민 또는 고봉 김밥. 서면 한 가운데서 당당히 김밥과 분식으로 승부하는 꽤 큰 프랜차이즈인 김가네, 삼둥이 버프로 전국에 무서운 기세로 가맹점을 늘려나가고 있는 바르다 김선생까지. 이 모든 곳의 김밥과 비교했을 때 제일분식의 김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거나 차별화되어 있진 않지만, 제일 분식의 김밥은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준다.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쌀로 만든 김밥과 딱딱하지 않은 속재료들. 그리고 풍성한 향을 자랑하는 참기름까지. 시장 칼국수의 스탠다드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이드로 나오는 김치+깍두기와 단무지도 꽤나 스탠다드한데 이게 결코 나쁘다는 평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저 칼국수 3500원에 김밥 한줄 2000원. 5개월하고도 8일 뒤에 시급이 6천원이 넘어가는 2015년 7월 22일에 이 가격에 이정도 퀄리티의 음식을 찾기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터. 이전에 썻던 글에서도 말햇듯이 오늘의 점심의 키워드는 결국 '가성비'이기에 이런 가게야 말로 오늘의 점심에 적합한 식당일 것이다.





칼국수 3500원, 김밥 한줄 2000원, 수제비도 있는데 4000원정도 했던거 같지만 정확하진 않다. 위치는 서면 학원가 골목 최군비어 맞은편 땅땅치킨 옆 자리. 간판도 없고 깃발 하나에 제일 분식이라 적혀 있으니 알아서 잘 찾아 가시길. 할머니 뻘 되는 이모님들이 김 풀풀 풍기며 면 삶고 계신다면 100%임. 아 카드 안됨. 당연히 간이 영수증. 배달가능. 전화번호는 지혜씨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귀찮으니까 한번 찾아가서 이모한테 물어보시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