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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넌 감동이었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_박준

by 배고픈험블 2016. 1. 13.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자들이 손목
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
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
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트위터를 하는 편이다. 그렇게 자주 하진 않고 그냥 트위터 안에서 나오는 드립들 보면서 낄낄 거리는게 좋아서 종종 타임라인만 들여다 보곤 한다. 트위터는 텍스트에 최적화된 sns답게 좋은 글귀가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좋은 글귀가 올라오면 나중에 봐야지 하고 별통에 담곤 했는데 ( 지금은 하트로 바뀌었나? ) 그 별통의 상당수를 차지 했던 글들이 바로 오늘 소개할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 나오는 싯구들이였다.


그러다 보니 좀 있다 tvN 북토크쇼 비밀독서단에서 예지원씨의 소개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_박준" 를 다시 보게 되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사실 그 화에서 이 시집 앞에 나왔던 책들도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지만, 이 날만큼은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를 이길 책은 없었다.


나는 타고나기를 길게 쓰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늘 말이 많다고 핀잔을 듣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타고 난 것을... 그래서 이런 시인을 보면 경외감으로 눈을 반짝이다가도 곧 질투심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 질투는 늘 그것을 가진 이를 해하지만 좀처럼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지금은 우리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지..(출처:인스타그램)




시를 써야겠다. 오늘 밤에는 시를 써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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