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와이프는 저녁에 애들을 다 맡기고 나가서 혼자 스타벅스나 동네의 맛있는 커피집을 다니는 취미가 생겼다. 코로나 때문에 커피집들이 문을 닫으면 혼자서 독서실에라도 가서 밀린 드라마들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 집은 애들이 넷이기 때문에 낮 동안 와이프가 외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와이프의 말에, 우울증이 걸리겠다 울부짖는 그녀의 외침을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들어진 나는 요 며칠 저녁에 혼자서 아이 넷을 보게 되었다.
남자 혼자 아이 넷을 본다는 게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사건은 그런 날 밤에 이루어졌다. 우연히 틀어놓은 유튜브에서 메리츠 투자증권의 존 리 대표가 출연했던 가치 들어요 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게 내 투자의 시작점이 될 줄이야.
이후에 존 리 대표가 운용하는 자산보고서라던지, 여러 강연에 나와서 하는 말들을 종합해 본 결과 꽤 쉬운 이야기였다. 거칠게 요약해보자. 돈을 일하게 해라. 젊어서 돈이 일하는 법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늙어서 돈 때문에 일하게 될 것이다. 사교육 하지 마라. 그 돈으로 차라리 투자해서 아이들에게 물려주어라.
‘돈의 속성’이라는 책을 쓴 김승호 회장, 존 리 대표, 주식 농부 박영옥 이 사람들은 전부 다 투자의 영역에서 ‘성공’의 영역에 닿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단언한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빠른 시간 안에 돈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이다. 짧은 성공은 있을 수 있지만 10년 20년 투자를 지속하면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누구나 꾸준히 공부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공부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주변에 주식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금방 발견하게 되었다. 아니 그 사람들은 투자라는 미명 하에 투기를 하고 있었다. 카지노에서 한 번의 성공은 있을 수 있지만 매번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식의 투자로는 그저 돈을 걸고 홀짝을 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투자의 시작은 세금을 적게 내는 데 있다. 물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이야기다. 주택청약을 하고, 연금저축과 IRP를 시작하고, 주식과 펀드 ETF를 사는 것이 그 순서이다. (세액공제 때문에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이어서 포스팅하겠다.) 이것이 한국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순서다. 이 순서를 나는 금융을 공부한 지 1주일 안에 발견했다. 너무나도 많은 자료들이 인터넷 안에 널려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투자를 하는 사람을 내 주변에서 단 한 명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도 이렇게 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호사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서 주식을 사고 오르면 팔고 내리면 물 타고 하는 식으로 주식을 사고 팔뿐, 그 누구도 그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여 주식을 사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건 투자가 아닌 투기였을 뿐이었고, 그 결과에는 실패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내 부모가 가난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단지 그들은 무지했고, 게을렀을 뿐이다. 그 가난이 얼마나 불편하고 사람을 갉아먹는지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나를 잘 아는 누군가는 나에게 이런 비난을 할지도 모른다. 너의 가난은 네가 선택한 결과다. 너는 평생 가난할 선택을 해왔을 뿐이다. 맞다. 그의 지적이 정확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투자를 시작한다. 적은 돈부터 시작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여기 있다.
“지금부터 당장, 적은 돈으로 투자를 시작하십시오”
내가 투자를 권유한 사람들의 수는 지난 일주일간 10명이 넘는다. 그 중에는 내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 그 누구도 투자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유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큰 수익이 예상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장기 투자를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 나는 그런 장기투자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적다. 지금 당장 돈이 없다. 오지 않은 미래보다 지금 내 앞의 현재가 더 중요하다.
재미있지 않는가? 누군가는 너무 젊어서 투자할 수 없다하고, 누군가는 너무 나이들어서 투자 할 수 없다 한다. 지금 충분히 많이 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권유하지 않았을까? 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 거절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현금을 들고 있고 싶다든지, 다른 곳이 더 유망해 보인다든지 따위의 이유들 말이다.
저마다 이유는 달랐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그들은 시작하지 않았다. 이해한다. 투자를 시작하려면 자신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가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들은 시작하지 않았고, 나는 시작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