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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주간채빠

권순관-건너편_완벽한 순간

by 배고픈험블 2016. 1. 1.

권순관-건너편_완벽한 순간


처음 너를 마주한 10월, 

서늘한 그 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잊을 수 없었어

추운 이불을 덮은 겨울, 

너를 재우고 잠시 앉아 

너를 내려본 작은 내 방 한구석이 


그리워 난 두 눈 감은 너와 

야윈 몸으로 날 파고드는 

그 따스함이 길었던 어둠이 


아주 오래되진 않아도 

멀리 지난 걸까 

돌아갈 수는 없을까 

무심코 쓰다듬은 얼굴 

그 익숙하고 당연한 서로의 몸짓들도 

이제는 기억으로만 

다시 되뇌이고 있네 


그리워 난 숱한 인사에도 

아쉬움으로 발을 뗄 수가 없었던 

우리 둘 그 언덕을 내려와

다시 만날 그날만을 

기다리던 여유없던 젊음 

그래서 아름다웠고 더 사랑했기에 


깊고 검은 두 눈을 

끝없이 바라보던 나 

그날이 그리워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노래를 듣다 보면 맞이하게 되는 완벽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 그 공간,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지금의 내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순간. 혹자는 그 순간이 듣는 이가 그 노래가 되는 순간이라고도 했다. 내게는 며칠전 이 노래를 듣던 늦은 밤이 그랬다. 이 노래 가사와 멜로디가 완전히 나를 사로잡아서 바닥에 내동댕이 치던 밤. 얼큰하게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초량동 육거리로 올라가던 그날 밤 12시가 그랬다. 


이렇게 완벽한 순간을 선사하는 노래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저 멜로디만 가지고는, 그저 좋은 가사만 가지고는 이런 순간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은 사실 그다지 즐겨 듣는 앨범은 아니었다. 앨범의 전반적인 기조가 다소 우울하고 쳐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런 앨범은 잘 듣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루고 미루다 며칠 전 밤에 저 곡을 들었고 그리고 그 완벽한 순간을 맞이했다.




권순관 - 건너편



권순관 - 건너편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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