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관-건너편_완벽한 순간
처음 너를 마주한 10월,
서늘한 그 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잊을 수 없었어
추운 이불을 덮은 겨울,
너를 재우고 잠시 앉아
너를 내려본 작은 내 방 한구석이
그리워 난 두 눈 감은 너와
야윈 몸으로 날 파고드는
그 따스함이 길었던 어둠이
아주 오래되진 않아도
멀리 지난 걸까
돌아갈 수는 없을까
무심코 쓰다듬은 얼굴
그 익숙하고 당연한 서로의 몸짓들도
이제는 기억으로만
다시 되뇌이고 있네
그리워 난 숱한 인사에도
아쉬움으로 발을 뗄 수가 없었던
우리 둘 그 언덕을 내려와
다시 만날 그날만을
기다리던 여유없던 젊음
그래서 아름다웠고 더 사랑했기에
깊고 검은 두 눈을
끝없이 바라보던 나
그날이 그리워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노래를 듣다 보면 맞이하게 되는 완벽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 그 공간,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지금의 내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순간. 혹자는 그 순간이 듣는 이가 그 노래가 되는 순간이라고도 했다. 내게는 며칠전 이 노래를 듣던 늦은 밤이 그랬다. 이 노래 가사와 멜로디가 완전히 나를 사로잡아서 바닥에 내동댕이 치던 밤. 얼큰하게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초량동 육거리로 올라가던 그날 밤 12시가 그랬다.
이렇게 완벽한 순간을 선사하는 노래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저 멜로디만 가지고는, 그저 좋은 가사만 가지고는 이런 순간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은 사실 그다지 즐겨 듣는 앨범은 아니었다. 앨범의 전반적인 기조가 다소 우울하고 쳐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런 앨범은 잘 듣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루고 미루다 며칠 전 밤에 저 곡을 들었고 그리고 그 완벽한 순간을 맞이했다.
권순관 - 건너편
권순관 - 건너편 라이브
'ETC > 주간채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드라 데이(Andra Day) _ Rise Up_ 급이 다르니 맞춰주지 like 파퀴아오 (1) | 2016.01.04 |
---|---|
우주를 건너-백예린 _ 완성한 재능 (0) | 2016.01.02 |
방공호-9 (9와 숫자들) _ 탐나는 재능 (0) | 2015.12.31 |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0) | 2015.10.06 |
배수정 - YOU (G.SOUL COVER) (0) | 2015.09.14 |
댓글